신 전원일기- 뽀대나지 않는 인생/최송희 벼나 채소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이미 할 일이 다 끝났지만 저희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튤립 구근도 마저 심어야하고 불루베리 밭에도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루베리 두둑에 잣 껍데기를 수북히 덮어주는 일을 하는데 십센티쯤 껍질을 덮어주면 나무의 수분을 유지하는 역할도 할뿐 아니라 풀이 많이 나는 것도 막아주고 나무 뿌리가 옆으로 잘 자라게 도와주는 일도 합니다. 다른 농장에서는 왕겨 같은 것으로 덮어주는데 우리 마을 근처에 잣 공장이 있기 때문에 잣의 가장 껍데기 부분을 벗겨낸 잉여물을 얻어서 가져왔습니다. 공장에서는 이걸 별로 쓸 곳이 없기에 흔쾌히 가져가라고 해서 몇 차나 실어 날랐습니다. 향긋한 잣 향기가 나는 껍질을 두둑에 수북하게 덮어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더구나 이 좋은 걸 공짜로 .. 더보기 신 전원일기- 암 /최송희 며칠 전 젊은 지체가 어머니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그 어머니는 얼마 전에 폐암 선고를 받은 분입니다. 저는 그분을 만나면 위로와 힘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만나보니 저의 위로가 전혀 필요없었습니다. 암 선고를 받으니 마음에 햇살이 비쳐드는 것처럼 얼마나 따듯하고 편안한 맘이 드는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야 이 수고로운 세상살이를 마치고 하나님 나라에 갈수있다니 감사하다는 그분에게 제가 도리어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분은 얼마 전까지는 독실한 불교신자였는데 결혼한 딸이 너무 힘든 환경 때문에 우리 교회에 와서 예수님을 믿고 살아나는 모습을 보고는 우리 교회에 오셔서 예수님을 만난 분입니다. 성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셨던 분인데도 말씀을 듣자 은혜를 받아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건 수 십 년 동안 혼자 .. 더보기 신 전원일기- 흉한 일/최송희 가평에 와서 산지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서울에서 살던 삶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아침에 문을 열고 나가면 코가 시리도록 추운 곳이지만 잣나무 숲에서 내려오는 맑은 공기가 몸속 까지 씻어주니 걸핏하면 두드러기로 나타나던 알레르기 병이 없어졌습니다. 몸이 예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 이상으로 마음도 정말 평안한 인생이 됐습니다. 남편도 서울에 살았으면 퇴직자들처럼 할 일이 없어서 오늘은 등산 가고 내일은 낚시 가고 하면서 시간을 죽이기가 무척이나 힘이 들었을텐데 날마다 농사를 짓느라 바빠서 무료할 틈이 없고 열매가 열리길 기다리는 농부의 꿈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흉한 일이 많았던 2년의 시간동안 그 흉한 일들은 다 길한 일임을 알게 됐습니다. 사람은 가진 걸 잃을까 염려할 때가 가장 힘든 법입니다. 그래.. 더보기 이전 1 ··· 47 48 49 50 51 52 53 ··· 1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