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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원일기- 죄수번호 741번/최송희 결심공판 법정은 김장감과 불안감으로 인해 쥐죽은듯 조용했습니다. 냉엄한 표정을 가진 판사는 죄수들에게 차례차례 판결을 내렸습니다. 징역 1년에 처한다는 판결을 받고 그 자리에서 끌려가는 사람도 있었고 집행유예의 판결을 받고 가벼운 표정으로 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행유예를 받는 사람에게는 이름을 한번 묻는데 징역에 처해지는 사람에게는 이름을 몇 번이나 날카롭고 큰소리로 묻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마치 아이들에게 아픈 주사를 놓기 전에 엉덩이를 몇 번 찰싹 때리듯이 말입니다. 남편에게 판사가 이름을 세 번이나 큰 소리로 묻는 순간 저는 멍한 기분이 됐고 남편은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끌려가면서 저를 힐끗 바라보던 남편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평범한 시민으로 살다가 60살이 넘어서 .. 더보기
신 전원일기- 피덩어리 사랑/최송희 남편이 하다 만 농사일들이 산더미 같은데 그중에서도 급한 일만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고추는 심었는데 고춧대를 세우다 말았기에 모자란 고춧대를 사서 모종을 세우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는데 마침 군에서 제대한 조카가 생각나서 도움을 요청하니 기꺼이 왔습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집사님 부부가 돕겠다고 오셔서 함께 대를 꽂고 끈을 연결해서 고추모종을 세우는 일을 했습니다. 도우미가 많으니 어찌나 힘이 되던지 일꾼을 보내주신 주님께 감사드렸습니다. 남편은 안에서도 심어놓은 작물들 걱정을 할텐데 지체들의 도움으로 잘하고 있다고 안심시켜주고 싶었습니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우체부가 왔습니다. 결혼한 후 처음 받아보는 남편의 편집니다. 이틀에 한번 꼴로 면회를 가지만 초췌한 얼굴을 .. 더보기
신 전원일기- 죄 없는 마을/최송희 남편의 부탁대로 고추밭과 쌈 배추 밭에 벌레 막는 친환경 약을 뿌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부부목장의 부 목자님 들이 아침 일찍이 부부동반으로 찾아오셨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으시고 일을 시작하신 이분들이 친환경 약을 뿌리는 일도 다 해주셨고 고추밭 이랑사이에 수북하게 올라온 풀 뽑기도 해주셨습니다. 젊은 장 집사님은 장정 두분과 함께 와서 일해주시겠다고 예약하셨고 또 다른 분은 일하느라고 목 마를텐데 마시라고 미숫가루를 잔뜩 주셨습니다. 다들 눈물로 기도해주시는 것만도 고마운데 농사일까지 도와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처럼 공동체의 진한 사랑을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만나는 분마다 격려해주시고 기도해주시고 애틋한 눈길로 사랑을 전해주시는 지체들의 사랑이 온몸으로 전해져 옵니다. .. 더보기